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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당신의 수식어순간의 순간들 2025. 2. 14. 02:28
당신의 수식어 : 더 큰 세상을 향한 전후석의 디아스포라 이야기
부끄럽게도 I선생님께서 2023년 가을에 보내주신 책을 이제야 읽었다. '디아스포라'라는 흔치 않은 용어로 시작하는 책이라 거부감이 있었는데, 읽는 순간 흥미로운 내용에 매료되어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이 책은 영화 "헤르니모"를 만든 전후석 감독의 에세이로, 쿠바 여행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영화 "헤르니모"를 만들게 되는 과정과 자신의 생각을 담은 에세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생활한 재미한인으로 30대 청년, 변호사, 영화감독, 디아스포라 등 다양한 수식어로 규정되는 그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민족 정체성에 대해서 더 나아가서는 세계 시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디아스포라[Diaspora]: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지칭한다. 후에 그 의미가 확장되어 본토를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민족 집단 또는 그 거주지를 가리키는 용어로도 사용된다.(출처: 두산백과 두피디아)전후석과 파트리시아 임 쿠바로 여행을 떠나며 예약한 호스텔에서 픽업을 나왔는데, 공항에서 그는 중년의 아시아계 여성을 만나게 된다. 중국계냐고 물은 그의 물음에 그녀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No, I am Korea. My grandfather came here."
그녀의 할아버지 헤르니모는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혁명의 주역이었다. 그의 아버지 임천택은 갓난아기였던 1905년 홀어머니에게 안겨 멕시코로 건너간 후 쿠바로 이주한 한인으로, 쿠바 한인들과 매 끼니 쌀 한 숟가락씩 모아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독립 자금을 보낸 독립운동가이기도 하다. 혁명 후 헤르니모는 30여년 동안 고위 공직자로 생활하며 쿠바 한인들의 정신적 지주로서 끝없이 한인을 찾아나섰고, 그들과 함께 멕시코에서 넘어온 조상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한인 기념비를 세운다. 한국말을 모르지만 "아리랑"과 "고향의 봄"도 부르며 기념비 앞에서 붉은 한복을 입고 바다를 바라보는 헤르니모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히르니모 임(임은조)과 크리스티나 장 어릴 때부터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당연하게 한국인이라고 생각했던 스스로를 돌아보며 한국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영상 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한국인과는 너무나 다른 사람이 스스로를 한국인이라고 말한다. 다. 내가 스스로를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생긴 모습 때문일까, 내가 하는 말과 행동 때문일까, 내가 가진 정신 때문일까?
경계인의 가능성
미국에서는 한국에서 온 아시아인으로 보이고, 한국에서는 미국에서 온 교포로 생각되는 작가는 늘 경계에 있었다. 남들이 부러워할 수 있는 변호사조차도 유명 대학 출신이 아니고,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지 못했기 때문에 쿠바 여행을 다녀온 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전업 감독이 될 수 있었다. 그는 주류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헤르니모 이야기를 해줄 수 있었다.
헤르니모 임의 젊은 시 그가 바라보는 헤르니모는 공산주의자에서, 기독교인에서, 더 나아가 세계 시민으로서 존재 자체의 의미를 바라보는 인물이다. 우연한 여행에서의 만남에서 시작한 그의 여정은 스스로를 한국인으로 생각하는 쿠바 한인들과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헤르니모'라는 영화 제작으로 이어지고, 한국에서 관객과 만나 청와대에까지 초청된다. 수많은 생각이 들어 글을 마무리짓기가 어려워, 헤르니모의 시를 빌려 포스팅을 마친다.
헤로니모 선생이 2001년 말 아바나 시내에서 손자 넬슨과 함께 포즈를 취해주었다. 선생은 은퇴 뒤 자신의 라다 승용차로 개인(파르티쿨라르)택시 영업을 하셨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조국은 순수하게 나라를 지킨 조상들의 유산이자 순교자들의 제물이다.
조국은 더 나은 미매를 꿈꾸는 모든 이들의 영감이다.
조국이라는 개념은 지리적 경계를 넘어선다.
한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에게만 해당되거나 이기적 민족주의를 따르지 않는다.
애국심은 더 나은 세상을 열망하는 착취받고 고통받는 이들의 희망과 눈물과 합쳐져야 한다.
조국은 그것을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들의 존엄이자 명예이다.
- [조국], 헤르니모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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