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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정보 부장이 할 일선생님의 일기장/2022년 2022. 6. 10. 21:57
과학 정보 부장을 맡으며 선배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하자 "부장의 역할은 교사들이 필요한 정보 기기 구매해주고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의 정보 기기와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을 높여 학생들이 나은 교육육을 받도록 하는거야."라고 하셨다. 이 말에 공감하면서도 처음 부장을 하는 내게 막연하고 쉽지 않은 목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달 정도 시간이 흐른 지금, 잘 되지 않고 있다. 내 능력이 부족한 부분이 가장 크겠지만, 위에 언급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 2월부터 처리한 공문이 100개가 넘으며 매일 업무포털을 들어갈 때마다 몇 개가 쌓여있는지 걱정하며 들어가는데 그중에서 우리 학교 정보, 과학 교육에 도움이 되는게 몇 개나 되는지 모르겠다. 곧 과학실 점검이 온다는 공문과 함께 담당자에게 평가표가 왔는데 열어보는 순간 '아 내가 공무원이 맞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숨이 막힌다. 목록을 하나씩 체크하며 준비하는 중인데 과학실 안전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면하기 위해 해야하는 것들이 많다. 점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 학교 과학실을 더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생겼을 때 부장이나 담당자 등에서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준비 과정이 의미 없게 느껴진다.업무에 참고하라고 온 메뉴얼과 자료집 솔직하게 지금까지 기억나는 정보 부장님들에게 정보와 관련하여 정보 기기든 관련 교육이든 큰 도움을 받은 기억이 별로 없다. 나와는 큰 관련 없는 분들이셨다. 코로나19가 시작되었을 때 웹캠을 제공받은 것 말고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부장님들은 항상 당당하셨고 주변 선생님들은 모두 고생한다는 말을 입이 닳도록 하셨다. 그 부장님들이 무책임하셨던 것이 아니라 성실하게 주어진 일을 하셨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당하셨고 주변에선 칭찬하셨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한 것이 학교 전체의 정보 교육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교사들의 정보 기기와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을 높여 이를 학생들이 나은 교육을 받도록 하기"
다시 원래 목표로 돌아가서 이야기해보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그냥 업무 처리하듯이 주어진 공문을 처리하면 달성되는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충분히 생각하고 계획한 후 추진할 시간이 확보되어야 하지만, 전국에 많은 정보 부장들이 코로나19이후 급격히 늘어난 정보기기 물량을 관리하는 것에 허덕이고 있다. 2시 40분에 수업을 마치고 내일 수업을 확인하고 주어진 공문을 처리하면 퇴근시간이 된다.
언급한 문제가 부장 교사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부장 교사들은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이 일반 교사들보다 조금 더 많을 뿐 교사들에게 놓여진 상황은 동일하다. 학기가 시작되고 선생님들이 들어야 하는 연수만 5개다. 앞으로 추가될 예정이다. 안보, 장애 이해, 성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연수를 모든 선생님들이 매년 듣지 않아서 안보나 성 관련 문제가 발생하는가? 매달 담당하는 특별실 안전 점검표를 제출하게 하는 것이 정부에서 강조하는 '적극행정'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일까?
교사는 '교육 공무원'으로 분류되어 메뉴얼에 시키는 대로만 업무를 하는 '공무원'과는 분명히 다르다. 학생과 수업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에 쏟을 열정과 시간은 부족해진다. 온전히 '교사의 순수한 열정'에 기대어 교육을 생각할 수는 없다. 교사가 아무 업무도 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불필요한 업무는 최소화하여 수업과 학생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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