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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의 연락선생님의 일기장/2022년 2022. 1. 21. 22:29
졸업시킨 제자 중 한 명에게 연락이 왔다. 6학년 때 서울 여행을 갔던 친구들과 중3이 되어 다시 여행을 떠나는데 함께 가자는 내용이었다.
3학년 영어 전담으로 인연을 맺은 학생들은 군 휴직 후 5학년 담임을 하며 다시 만났고, 6학년까지 같이 올라가 졸업을 시켰다. 교육과정 발표회를 마쳤을 때 수업 중 아이들이 졸업여행이나 현장 체험학습도 거의 없다고 불평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럼 선생님과 여행을 가볼까?"라고 말해버렸다. 아이들을 들떴고, 반을 6모둠으로 나누어 토, 일마다 3주에 걸쳐 아이들이 짠 계획으로 서울 여행을 떠났다.
첫 모둠과 서울을 다녀온 날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시작했지. 내일도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 만나러 나가야 하는데 체력이 버텨줄까?' 하며 후회하며 잠들었고, 모든 일정이 끝났을 때는 쓰러질 정도로 피곤했다. 너무 뿌듯하지만 3주 동안 주말이 없기 때문에 도저히 다시 할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졸업할 때 아이들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라고 말하였지만 이 프로젝트는 나에게 과거에 일어난 무용담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중 한 모둠에서 같은 구성으로 친구들을 모아 다시 여행을 가자고 연락이 오다니!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이 되면서도 반가운 소식이다. 교사 생활 중 아이들을 위해 노력할 때 내 진심이 아이들에게도 같은 마음으로 전달되는지 의구심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은 '내 노력이 아이의 기억에 남았구나.'를 확인한 날이고 교사하길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ㄷ선생님의 말이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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