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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실 이사
    선생님의 일기장/2025년 2025. 2. 22. 08:53

    - 25.02.21(금), 맑음

    4학년으로 내려가며 2년 동안 사용했던 교실을 옮겨야 했다. 정리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 금요일부터 준비를 했고 시간이 부족해 주말에도 학교에 나갔다. 출근할 때마다 박스를 챙겨가 포장하기 시작했고, 교실 구석구석을 청소했다.

    학교라는 공간은 전체 교직원이 한 집에서 생활하는 것과 같다. 각자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부딪힐 수밖에 없고 새학기 준비를 할 때는 이런 부분이 더 나타나는 것 같다. 교사라는 직업 특성상 깔끔하고 책임감이 강한 편이라 혹여나 폐를 끼칠까 이런 시기가 더 긴장되곤 하는데, 내 교실은 작년에 신규 발령을 받은 K선생님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더 열심히 청소했다. 내가 나이가 많이 때문에 불만이 말하기 더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음 사람에게 깔끔하게 교실을 넘긴다는 생각은 모두가 하지만 교사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것 같다. 누구는 책걸상 밑의 먼지에 집중하고, 누구는 사물함을 빼고 뒤에 숨겨진 먼지를 신경 쓴다. 누구는 TV나 내선 전화 위의 먼지를 신경 쓰기도 한다. 각자 양심에 따라 최선을 다하고 다음에 사용하는 사람이 과한 불만을 표출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전 과목을 가르치며 많은 교구나 학습 용품들이 있어 짐이 생각보다 많았다. 늘 줄이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내년에는 학교를 옮겨야 하는데 벌써부터 막막하다. 미리 짐을 챙겨두는 교사도 있고, 첫 출근일부터 짐을 챙기는 교사도 있는데 4-1 교실을 사용하신  H선생님은 짐을 챙기지 않으셔서 교실 앞에 두고 교실에 짐을 정리하시길 기다려야 했다. 반면 내 교실을 사용하는 K선생님은 미리 짐을 챙겨 아침부터 짐을 옮기셔서, H선생님이 짐을 정리하실 때까지 머물 곳이 없어 학교 곳곳을 방황했다.

    어김없이 교실 청소에 대해서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 어떤 선생님은 이런 부분을 챙기지 못하여 교실을 정리하지 않고 개학 첫 주에 여행을 떠나 올해 그 교실을 사용할 선생님이 당황하는 경우도 있었고, 서로 교실을 바꾸는 교사들끼리 서로의 교실 청소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로 교실을 바꾸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겨우 5년 된 학교라 내 교실을 누가 사용했는지 다 기억하는데, 운동장 쪽 벽에 테이프 자국이 많이 남아 있어 고민이 많다. 그냥 두기에는 무던한 성격이 아니라, 달력이나 화이트보드로 가려야 할 것 같은데 아직 담을 찾지 못했다. 모든 경우에 완벽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흘렀을 때 지난 과거가 너무 후회되지 않을 정도로 정리하고 교실을 비우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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