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과 떠나는 여행
역에서 만나는 시간은 8시. 꾸물거리다 3분 늦게 도착했더니 네 명 모두 이미 도착해있다. 한 친구는 긴장되고 설레어 1시간도 못 잤다고 한다.

2년 전 아이들과 서울에 갔을 때는 동선, 환승방법 등 세부적으로 일일이 지도를 했는데 알아서 계획도 짜고 자기들끼리 길을 찾는 모습에 아이들의 성장을 느낀다. 네 명 모두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애니플러스', '애니메이트'와 같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으로 날 데리고 간다. 일본 애니메이션 굿즈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인데, 31년을 살며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을 아이들 덕분에 했다. 한 친구는 졸업 후 한 번도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음에도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시작하니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것인지 내가 만나게 될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여행 계획은 대부분 ㅅㄱ이가 짰는데 보는 순간 숨이 막혔다. 너무 빡빡한 계획이었음에도 나머지 친구들은 잘 모르고 그냥 믿고 맡기는 눈치다. 6학년이라면 "이렇게 하면 안 돼! 정말 가고 싶은 곳으로 몇 개만 가자."라고 하겠지만 오랜만에 만난 중3이 된 제자들에게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일단 가고 봅시다.'하는 마음으로 여행길에 오른다.

9시 16분에 서울에 내려 거침없이 걷던 아이들은 2시가 되자 눈에 띄게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급기야 경복궁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광화문만 통과하고 사진을 찍고 나온다. 명동성당에 도착했을 때는 남은 일정 중 꼭 가고 싶은 곳만 가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하게 된다.

밥을 먹기로 했던 장소가 문을 열지 않았고, 계획 중 4,5곳은 가지 못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2년 만에 만난 아이들과 하루를 온전히 함께하며 여행을 했다는 점이 나에게는 가장 큰 의미이다.